언론보도
숨어있는 마약 사범 30만명… 더 늦기 전에 국민 예방교육을
Name관리자
Date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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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회사원서 학생까지 2016년 1만4000여명 적발

뇌 쾌락 회로에 영구적 장애 의지?결심 만으론 못 벗어나

살 빼는 약?우유주사 등의 오남용 사례도 갈수록 늘어

마약류 사범이 연간 1만4,000명을 넘어 서면서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게 될 정도로 마약중독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이 이젠 옛말이 됐다. 처벌 받은 마약류 사범이 2012년 9,255명, 2013년 9,764명, 2014년 9,742명, 2015년 1만1,916명, 2016년에 1만4,214명(대검찰청, ‘2017 마약류 백서’)으로 급속히 늘어 마약 청정국 기준(국민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을 넘어섰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단속되지 않은 마약 사범이 30만명”이라고 추정한다.

범죄집단이나 특정계층에 머물렀던 마약이 평범한 회사원이나 주부, 10대 학생, 농민 등에까지 누구나 쉽게 접하게 됐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거래도 급증했다. “정말 그렇게 마약이 가까이 있나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도 올해부터 ‘세계 마약 퇴치의 날(6월 26일)’이 법정 기념일로 정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치료제가 없는 마약, ‘필로폰’

“평소 느끼는 행복이 귓속말이라면 마약이 주는 쾌감은 귀에 확성기를 대고 소리 지르는 것과 같다”(미국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게다가 문제는 뇌가 이렇게 한 번 느낀 궁극의 쾌감을 기억에 저장한다. 다시 마약을 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을 느끼게 해 끊기 어렵게 만든다.

대표적인 마약인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투여하면 잠이 오지 않고, 눈이 번쩍 떠지고 며칠 동안 피곤하지도 않다. 식욕도 없어지고 쾌감도 높아진다. 그래서 일부 범죄자는 처음에 필로폰을 마치 다이어트 약이나 피로회복제로 속여 복용하게 한 다음 차츰 중독시킨다.

필로폰 효과는 보통 30분 이내 나타나고 몇 시간 지속된다. 다시 보충하지 않으면 짜증이 나고 침착하지 못하고 불안ㆍ우울하고 무기력해지거나 폭력적이 된다. 필로폰 중독이 오래되면 기억력과 의사결정, 언어능력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평균 87.8%)이 다른 범죄자보다 유난히 높을 정도로 끊기가 매우 힘들다.

필로폰은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올라간다. 환각이나 조현병에 걸리기도 한다. 남경애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 강사는 ‘드럭 어딕션(한국경제신문i 발행)’에서 “필로폰은 본인 의지만으로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마약”이라며 “필로폰 중독으로 자신의 피부에서 뱀이 여러 마리 기어 다닌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사람을 순식간에 늙게 만들어 몇 년 만에 조로증에 걸린 사람처럼 변하기도 한다. 필로폰을 화학적으로 합성할 때 남은 불순물 때문에 잇몸과 이빨이 망가져 흉측하게 변하는 ‘메스마우스(Methmouth)’ 부작용과 시력 저하, 심각한 탈모 등을 일으킨다. 과다 투여하면 뇌혈관 파열, 심부전, 고열 등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필로폰 등 마약 중독은 뇌의 쾌락회로에 장애를 영구히 남긴다”며 “의지ㆍ결심만으로 회복할 수 없고 체계적인 예방만이 최선”이라고 했다.

요즘엔 불법적인 마약뿐만 아니라 필로폰ㆍ헤로인ㆍ아편 등으로 대표되는 불법 마약보다 향정신성 물질에 의한 약물 중독 위험도 커지고 있다. 향정신성 물질은 인체 내에 들어왔을 때 대뇌에 작용해 정신상태를 바꾸게 만드는 물질을 말한다. 카페인ㆍ코카인ㆍ니코틴(담배) 등 중추신경흥분제와 알코올ㆍ모르핀ㆍ헤로인ㆍ벤조디아제핀계 신경안정제(아티반ㆍ로라제팜 등)ㆍ본드ㆍ부탄가스ㆍ시너 등 중추신경억제제, 대마초ㆍ코데인 등 진해거담제 등 환각제로 나뉜다. ‘우유주사’라고 불리는 단시간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도 중독 위험성이 높다. 프로포폴을 투여하면 우리 몸에서 쾌락을 일으키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김이항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은 “병원에서 처방 받은 살 빼는 약, 수면 유도제, 안정제 등을 오남용하고 있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전 국민 대상 마약 예방교육 시급”

약물중독이나 알코올중독이 의심되면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앱도 나와 있다. ‘중독 바로 알기 첵미힐미(Check me Heal me)’다. 이 앱은 마약중독자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국립부곡병원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과제로 개발한 것이다.

마약중독자 등 각종 중독자들은 자신은 중독자가 아니라고 강력히 부정한다. 중독자들은 우선 중독돼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재활 치료가 가능한데 부인하면 치료 효과가 당연히 떨어진다.

약물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스트레스 레벨을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 중독성 물질인 술ㆍ담배ㆍ카페인 등을 즐기는 것도 스트레스때문이다. 남경애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 강사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규칙적이고 건전한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거나 적절한 운동으로 기분을 좋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다. 이도 저도 안 되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요가나 명상도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이 부담스럽다면 심리상담센터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마약중독에 빠진 사람의 치료와 재활교육이 미흡해 문제다. 이경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마약류 중독이 의지 박약에서 비롯하는 범죄라는 비과학적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중독자들은 전과자라는 낙인과 마약류중독자라는 사회적 인식의 이중적 낙인 속에서 재사용, 재수감을 되풀이하다 합병증,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마약 위험성을 알리는 전 국민 예방교육을 강화해 무서운 중독의 세계에 발 들여 놓지 않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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