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도박중독 의심되면 정신과 방문해야”
Name관리자
Date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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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경제적·대인관계 악영향…우울증세 유발


 스스로 통제 어려워…내원·약물치료·가족지지 필요


도박은 동서양 어디에서나 오랜 기간을 인류와 함께 해왔다. 이미 기원전 1천500년경 이집트에 도박이 존재했던 증거가 있으며, 철권통치로 싱가포르를 세운 리콴유 총리가 유일하게 금지하지 못했던 것이 마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명절이면 어느 지방에서도 친지들이 모여 앉아 화투를 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상대를 이기는 승리의 쾌감과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은, 사람에게 아주 강렬한 유혹이다.



 ◇도박은 개인의 삶 ‘악화’

국내 형법은 허가받지 않은 도박을 처벌하도록 돼있지만 도박은 유희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그 규모와 성격 등을 개별적으로 판단해 처벌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6대 사행산업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스포츠 토토 등)의 총 매출액은 연간 22조원에 달하며(2017년, 사행산업 감독위원회), 이는 GDP의 1%를 훌쩍 뛰어 넘는 금액이다.

여기에 인터넷 도박, 사설 카지노 및 도박장 등 불법 도박 시장의 규모는 추정에 따라서는 연간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미국 정신의학회(APA)가 발행하고 국내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진단분류체계인 DSM에서는 이미 1980년도부터 병적 도박을 정신 장애의 범주에 포함시키기 시작했고, 현행 DSM-5는 유일한 비물질 관련 중독 정식 진단명으로 도박장애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게임 중독, 성(性) 중독, 일 중독 등 여타 행위들이 가지는 중독성에 비해 도박 중독이 유발하는 개인, 가정, 사회에 대한 악영향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여겨진다.

도박 중독은 개인의 경제적 상태를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고, 사회적 및 직업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가족을 포함한 중요한 대인관계를 망치며,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과적 동반 증상을 유발하기 쉽다.




◇중독 원인 ‘인지 왜곡’

도박 중독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지식의 면에서, 도박은 참가자들이 장기적으로 돈을 딸 수 없는 구조다. 합법적 사행산업의 경우 환급률은 50(복권)-80(카지노)% 정도인데, 환급률이 80%라면 100원을 걸었을 때 평균 80원을 돌려받는다는 의미이다. 물론 몇 번인가 돈을 딸 수야 있지만, 돈을 거는 횟수가 늘면 늘수록 결국 참가자의 손실은 계속 커지게 된다(큰 수의 법칙).

도박판에 돈이 돌고 돌아도 결국 돈을 버는 쪽은 도박을 제공하는 쪽인 것이다. 합법적인 사업이 이럴진대, 불법 도박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 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다양한 인지의 왜곡을 가진 경우가 많다. 많이 잃었으니까 이제 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든지(도박사의 오류), 과거에 크게 땄던 기억만을 생각한다든지(선택적 회상), 자신이 운이 좋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 등이 있다. 심리적인 면에서 중독자들은 도박에 대해 모순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기 스스로가 도박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의 중독에 대해 후회하고 혐오하면서도, 크게 한번 따기만 하면 경제적 문제와 마음속의 불안도 해결되며 다신 도박을 하지 않게 될 거라는 기대를 하곤 한다.



◇‘병’으로 인지…내원 필요

사람의 뇌에는 ‘보상 회로’라는 것이 있는데, 모든 쾌락은 이 보상회로에서 도파민이 분비돼 유발된다고 여겨진다. 학생이 시험을 잘 보거나, 사회인이 승진했을 때, 운동선수가 경기에서 이겼을 때 느끼는 ‘건강한 쾌락’은 긴 시간동안 많은 노력과 고통을 수반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마약과 같은 약물이나 도박과 같은 행위는 큰 노력 없이도 보상회로를 작동시켜서 흥분과 쾌락을 느끼게 해주며 이런 속도에서 중독성의 차이가 생긴다.

도박을 반복하면 뇌 구조 자체가 변해 일상생활의 성취에서 느낄 수 있는 보통의 즐거움은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되는 상태가 된다.

정신과 의사들이 도박 중독을 ‘병’으로 생각하고 치료하려는 이유는, 중독 상태에서 개인의 의지만으로 회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도박 중독 역시 많은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진행이 될수록 더 치료도 어렵고 경제적, 사회적, 법적 문제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만일 스스로 혹은 가족이 도박 중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우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현재 상태를 정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도박장애에 대한 치료로는 도박에 대한 왜곡된 인지를 해결하기 위한 인지행동치료, 자조 그룹인 단도박 모임 (Gamblers Anonymous), 단기간 동기적 접근법 등과 함께 동반된 우울, 불안 등 증상에 대한 약물 치료 등이 있으며, 치료에 있어 가족 등 주변의 지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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